권지2장21절
상제께서 신 원일을 데리고 태인 관왕묘 제원(關王廟祭員) 신 경언(辛敬彦)의 집에 이르러 머물고 계실 때 그와 그의 가족에게 가라사대 「관운장이 조선에 와서 받은 극진한 공대의 보답으로 공사 때에 반드시 진력함이 가하리로다」 하시고 양지에 글을 써서 불사르시니 경언은 처음 보는 일이므로 괴이하게 생각하였도다. 이튿날 경언과 다른 제원이 관묘에 봉심할 때 관운장의 삼각수 한 갈래가 떨어져 간 곳이 없으므로 제원들은 괴상하게 여겼으되 경언은 상제께서 행하신 일이라 생각하고 공사에 진력하기 위하여 비록 초상으로도 그 힘씀을 나타내는 것이라 깨달았도다.
권지2장22절
상제께서 공사를 행하실 때나 어느 곳을 정하고 머무실 때에 반드시 종도들에게 정심할 것을 이르셨도다. 방심하는 자에게 마음을 꿰뚫어 보신 듯이 일깨우고 때로는 상제께서 주무시는 틈을 타서 방심하는 자에게 마음을 통찰하신 듯이 깨우쳐 주고 방심을 거두게 하시니라.
권지2장23절
종도들이 태좌(胎座)법으로 둘러앉아 있을 때는 언제나 조금도 움직이지 못하였느니라. 상제께서 벽을 향하여 누우셔서 주무실 때에도 종도들의 움직임을 꾸짖으시니 종도들은 그 밝으심에 자고 깨심과 친히 보고 안 보심이나 또한 멀고 가까움이 없음을 깨닫고 더욱 심신의 연마에 힘썼도다.
권지2장24절
박 공우가 상제의 명을 받들어 각처를 순회하다가 어느 곳에서 상제를 믿지 않고 비방하는 것을 듣고 돌아와서 상제께 아뢰려니 상제께서 미리 아시고 「어디서 무슨 부족한 일을 보고 당하여도 큰일에 낭패될 일만 아니면 항상 남을 좋게 말하기를 힘쓰라」고 타이르셨도다.
권지2장25절
상제께서 추운 겨울 어느 날 창조의 집에 오셔서 벽력표(霹靂票)를 땅에 묻으시니 번개가 번쩍이고 천둥이 천지를 진동하니라. 이튿날 상제께서 동곡 약방으로 행차하셨도다.
권지2장26절
상제께서 일주일 동안 계속 코피를 흘리시더니 갑칠에게 관을 만들게 하고 감주 한 그릇을 잡수시니 곧 원기를 회복하셨도다. 이때에 광찬과 갑칠의 사이에 생긴 갈등을 상제께 아뢰니 벌써 알고 계시니라.
권지2장27절
상제께서 어느 날 류찬명에게 말씀하시되 「너는 나로 하여금 오래 살기를 바라는도다」 하시고 글 한 수를 외우셨도다.
 稚子哭問母何之 爲道靑山採藥遲
 日落西山人不見 更將何說答啼兒
또 다시 남원(南原) 양 진사(楊進士)의 만사를 외워 주시니 다음과 같으니라.
 詩中李白酒中伶 一去靑山盡寂寥
 又有江南楊進士 鷓鴣芳草雨蕭蕭
권지2장28절
상제께서 신 경수의 집에서 공사를 보고 계실 때 시좌하고 있던 원일에게 「네가 동천에 붉은 옷을 입고 구름 속에 앉은 사람에게 네 번 절한 일이 있었는데 기억이 있느냐」고 회상을 촉구하시더니 원일이 문득 깨닫고 일어나 상제께 네 번 절하니 옆에 앉아있던 종도들이 까닭을 모르고 물으니라. 그는 옷깃을 다시 여미고 정중히 앉아 이야기하되 「수년 전에 갑자기 병이 들어 사경에 빠져 정신이 황홀하여지는데 어떤 사람이 사인교를 타고 가다가 나를 보고 네가 새 옷으로 갈아입고 문밖에 나가서 동쪽 하늘을 바라보면 구름 속에 붉은 옷을 입은 분이 앉아 계시리니 그분에게 절을 사배하라. 그러면 너의 병이 나으리라고 이르기에 그대로 행하였더니 병이 곧 나았다」고 하니라.
권지2장29절
김 경학이 무신년 五월에 고부 와룡리 문 공신의 집에 가서 상제를 뵈오니 상제로부터 「내일 일찍 태인 살포정에서 만나자」는 분부를 받고 집으로 돌아갔다가 이튿날 조반 후에 살포정에 이르니 그 주막에서 행객 두 사람이 싸우고 있고 상제께서는 큰길가의 높은 언덕에 돌아앉아 계시기에 올라가 인사를 드리니 인사만 받으시고 여전히 돌아앉으신 채 언짢게 계시는도다. 그는 까닭을 모르고 송구한 마음으로 모시고 서 있노라니 잠시 후에 상제께서 싸우는 사람들을 향하여 「그만 두라」고 말씀하시자 그들이 싸움을 그치고 제 길을 가는지라. 그때에야 경학이 「어떤 사람들이 싸웠나이까」고 여쭈어 보았더니 상제께서 「우리 겨레에서 정 감(鄭堪)을 없앴는데도 세상에서 정 감의 노래가 사라지지 아니하기에 혹시 이(李)씨가 정(鄭)씨의 화를 받을까 염려스러워 이제 그 살을 풀고자 이씨의 기운을 돋우고 정씨의 기운을 꺾는 공사를 보았노라」일러 주시니라.
권지2장30절
이해 여름에 경석이 상제를 모셨도다. 이때 종도들이 악사를 불러 가야금을 타게 하고 즐겁게 놀고 있었노라. 이것을 말리시면서 상제께서 가라사대 「내가 있는 곳에서 비록 사소한 일이라도 헛된 일을 못하느니라. 저 하늘을 보라」 하시니 구름도 같은 기운이 종도들이 놀고 있는 모양을 짓고 중천에 떠 있었도다.